
무역 장벽은 높아지는데, 내수 방어는 쉽지 않다. 수입산 저가 철강재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국내 시장에 쏟아져 들어와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입산 후판과 열연강판에 이어 건축용 도금강판과 컬러강판까지 반덤핑(Anti-Dumping·AD) 제소가 진행 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가겠다는 목표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LNG를 대량 운반·저장하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는 극저온인성(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충격이나 하중에 견디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포스코는 2008년 국제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LNG 저장 및 운송을 위한 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망간 합금강을 주목하며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망간 합금 시장에서 고망간강은 기술력 측면에서 구현이 어려운 제품이었다. 강철에 망간을 첨가하면 내마모성과 강도가 높아지지만, 소재 특성상 밀도가 높아 단단하나 부서지기 쉽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Mn·22.5~25.5%)을 첨가해 영하 196도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고강도, 내마모성, 비자성(철의 전자기적 성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성질) 등 다양한 성능을 특화한 철강 소재다.

포스코는 고망간강 개발과 상업생산 프로세스 개선은 물론 용도별 국제 규격과 기술표준 등록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5년부터 해양수산부, 한국선급, 한화오션 등 학계·전문기관과 협업해 극저온용 고망간강의 국제 기술표준 등재를 위해 노력해왔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10년간 다양한 글로벌 인증기관에서 제품의 신뢰성을 입증하며 표준 인증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LNG 인프라 등 실제 산업 분야에서도 꾸준히 트랙 레코드를 달성하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망간강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광양 LNG 터미널 5·6호기를 들 수 있다. 현재 공사 중인 7·8호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고망간강은 LNG 터미널 내조 탱크(Inner Tank)에 적용되는데, 이는 영하 163도의 LNG를 직접 담아두는 곳이다.
포스코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협력해 극저온 저장탱크로서 안정성을 검증하고자 고망간강 실증탱크를 제작해 다양한 성능 시험을 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양 LNG 터미널 내 20만㎥ 규모의 5호기 저장 탱크 내조에 고망간강을 적용함으로써 안정성을 재입증했다.
LNG 밸류체인 외에도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내마모성, 비자성 특성 등을 적극 활용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심한 변형 후에도 비자성 특성이 저하되지 않아 가공이 많은 비자성 구조물(초대형 변압기), 중전기기(산업용 모터·선박용 발전기), 전자유도장치(자기부상열차), 초전도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망간강은 자성을 띠지 않아 잠수함, 군수용 전차에 적용할 경우 스텔스(은폐)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어 방위산업 소재로 수요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