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월간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출이 줄었는데도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 흑자를 기록하는 ‘불황형 흑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다 대중 수출 실적도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분기 내수를 견인했던 민간 소비마저 수해 여파로 부진한 모습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6개월 만의 흑자 전환에 이은 2개월 연속 흑자였다. 다만 흑자를 이끈 요인은 수출이 아닌 수입이었다. 수출 감소율보다 수입 감소율이 더 커서 흑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수입은 1년 전에 비해 25.4% 줄어든 487억1000만 달러였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46%), 가스(-51%), 석탄(-46%) 등 에너지 수입(-47%)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었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5% 감소한 503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1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34%)와 석유제품(-42%) 등이 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IT) 부문 수출 부진은 대중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7월 대중 수출액은 99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5.1% 줄었다.

정부는 하반기 들어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가시화되면 한국 경제도 반등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상반기 경제가 0.9%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하반기 1%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정부 전망치인 1.4%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저하고 전망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올해 초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소비마저 침체가 장기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민간 소비는 직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지만 2분기 들어 0.1% 감소로 돌아섰다. 5월 연휴 기간에 특히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해가 극심했던 지난달에도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악화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소상공인 체감 경기지수는 전월보다 6.6포인트 하락한 57.3이었다.
실제로 통계청 나우캐스트의 전국 가계지출 지표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신용카드 이용금액 증가율(2020년 1월 기준)은 6월 30일 22.6%에서 지난달 21일 22.1%로 하락했다. 특히 악천후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은 음식점업과 숙박업의 매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15~21일 숙박서비스·음식 및 음료서비스 이용금액은 증가율이 각각 8.7%, 8.0%에 그쳐 전체 증가율을 크게 하회했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4분기에 경기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6월을 기준으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저점을 지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며 “상저하고 전망에 청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박세환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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