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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중심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 구청사 /사진=정혜윤 기자 |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빠른 임금인상률이 미국 상황을 추월한 점을 들어 향후 유럽 경제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FT는 "미국의 2분기 기준 경제성장률은 연간 2.1%를 기록했다"며 "이는 노동시장 약세 조짐과 동시에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의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은 가파른 임금 상승과 함께 수십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올들어 소폭 하락한 상태다.
반면 유럽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FT는 "유럽의 성장세가 크게 악화하는 가운데, 임금 인상률은 큰 폭으로 뛰고 있다"며 "2분기 영국 임금수준은 8.2% 증가했고, 유로존도 시간당 인건비가 사상 최고치인 5%대 상승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유럽경제학 수석연구원 제리 스테판은 "두드러지는 임금 인상 흐름을 볼 때, 미국보다 유럽 전역에서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도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영국중앙은행(영란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휴 필은 "유럽은 새로운 충격에 직면했다"며 "천연가스 가격이 배럴당 600달러 수준의 기름값과 비슷해졌다"고 지적했다.
필은 "글로벌 거시경제에서 유럽 에너지 가격을 간과하고 있다"며 "유로존의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 초 소폭 하락하는 듯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금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국영 연료 가격 인상과 함께 가스 보조금도 폐지했다. 이같은 조치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을 8월 기준 5.3%까지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아카데미 증권의 거시전략 책임자 피터 치르는 "유럽이 풀어야 할 숙제는 우리(미국)와 꽤 큰 차이가 있다"며 "유럽은 향후 1년 내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 걱정을 되풀이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