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종잇장처럼 얇은 철판이 수영장처럼 생긴 가로 4.2m, 세로 3.8m, 깊이 2.6m의 고온 아연 도금 포트 속에 들어갔다 나오자 회색빛 강판으로 바뀌었다. 포트 옆에는 높이 약 2m의 로봇이 팔에 달린 뜰채로 불순물을 쉴 새 없이 제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가 찌꺼기가 모이는 지점을 분석해 로봇 팔을 움직이며 작업하는 것”이라며 “원래 작업자 4명이 한 조가 돼 하루에 10번씩 직접 긁어내던 작업을 이제는 로봇이 대신한다”고 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제조 공장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사람이 하기 위험하고 번거로운 노동 집약적인 일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공장이 미래형 산업 현장의 핵심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공장은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테크가 적용된다. 공장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고, 사람 개입 없이도 로봇 활용으로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테크 업계에선 로봇의 발전이 스마트 공장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537억달러(약 204조원)였던 전 세계 스마트 공장 시장 규모는 2024년 2448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찾은 충북 청주의 LS일렉트릭 공장의 주인공도 로봇이었다. 배선용 차단기(전력 과부하를 자동 차단하는 장치)를 만드는 이 공장은 자율주행로봇(AMR)을 활용한다. 네모난 선반 형태 로봇이 공장 한편에 마련된 부품 라인으로 이동해 차단기용 핸들(손잡이) 부품 박스 10개를 자동으로 옮겨 담았다. 이를 생산 라인으로 옮기자, 어른 키만 한 대형 로봇 팔이 부품을 집어 컨베이어 벨트 위에 내려놓았다. 로봇이 부품을 옮기는 역할을 도맡으면서 라인당 7~8명이던 근무자는 현재 1명으로 줄었다. 사람의 역할은 로봇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는 역할에 머문다.
로봇은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공장은 2019년 스마트공장 고도화 사업을 진행한 후 연간 생산량이 약 20% 증가했다. 반면 불량률은 기존 1.1%에서 0.5% 이하로 개선됐고 에너지 사용량은 30% 줄었다. 조욱동 LS일렉트릭 사업부장은 “사람 손에 의존하던 작업들이 AI와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첨단화되면서 생산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며 “공장 내 판단은 모두 사람이 아닌 데이터와 AI에 의해 내려진다”고 했다. LS일렉트릭은 궁극적으로 생산 모든 영역에서 자율 진단과 학습이 가능한 공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완전 자동화 공장’을 시도했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으로 공정을 최적화해 아예 사람을 공장에서 없애는 시도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머스크는 지난 5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가 다섯 개의 손가락 관절을 움직여 물건을 옮겨 담는 영상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키 172cm, 몸무게 56kg, 시속 8km로 움직이는 옵티머스를 장기적으로 테슬라 공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테슬라의 미래는 전기차가 아닌 로봇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저출산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공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한국 정부도 2014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공장 보급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윤석열 정부도 이를 국정 과제로 삼았다. 작년 말 기준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 국내 중소기업은 3만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