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CI. / 발란 제공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5시 0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명품 플랫폼 업체 발란이 생존을 위해 기업가치를 1000억원까지 깎은 채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는 직전 투자 유치 단계인 시리즈C 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기업가치다. 발란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1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를 위해 잠재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발란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 외에도 전환사채(CB) 발행을 염두에 둘 정도로 자금이 급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CB는 기업보단 투자사인 벤처캐피털(VC)에 유리한 투자 방식이다. 투자사 입장에서 RCPS로 투자할 경우 실패 시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지만, CB 투자는 이자와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RCPS도 상환 의무가 부여되지만, 상환 재원으로 이용할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발행이 가능하다. 회사가 망하면 못 받는 건 같지만, 그래도 CB가 우선순위인 셈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1000억원의 기업가치로도 투자해 줄 만한 곳을 찾기 쉽진 않을 것”이라며 “발란뿐만 아니라 머스트잇과 트렌비도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란은 지난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와 거래액 기준 국내 1위 명품 플랫폼이지만,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가 끝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 대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계속된 적자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기업가치를 낮추지 않고서는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 기업의 흥행 요인 중 하나였던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백화점에 갈 수 없었다는 점이었는데 이러한 장점이 사라졌다”며 “공급자가 많지 않은 명품 시장 특성상 플랫폼이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었고, 결국 사용자 입장에선 직접 매장을 찾는 편이 나아 수요가 꺾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발란의 적자는 700억원이 넘는다. 영업손실은 2020년 64억원, 2021년 186억원, 2022년 374억원, 지난해 1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발란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미처리결손금은 18.6%(662억원) 늘어난 785억원을 기록했다.

발란은 지난 7월 말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리셀 플랫폼 포이즌, 일본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 등이 수백억원대 투자를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막상 해당 기업들은 투자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발란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발란의 누적투자금은 약 735억원이다. 전략적 투자자(SI)로는 네이버(NAVER(035420))가 참여했고, 재무적 투자자(FI)로는 ▲미래에셋벤처투자 ▲SBI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JB자산운용 ▲신한캐피탈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 ▲우리벤처파트너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