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원 18만여명이 속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정부가 요구하는 노동조합 회계 공시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들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노조 자주성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금속노조는 28일 충북 단양 금속노조 교육연수원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회계 공시 거부와 윤석열 정부 노조탄압 대응 투쟁 결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다음달 1일부터 4월30일까지 이어지는 2023년도 회계 결산 결과 공시에 응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부터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조합원 1천명 이상 개별 노조, 총연맹이나 산별노조 등은 정부가 만든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회계 결산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개별 노조 또는 상급단체 중 한 곳이라도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소속된 조합원은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금속노조는 이날 대의원 대회 결정으로 조합원들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감수한 채, 정부가 요구하는 회계 공시를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자동차·조선 산업 노동자 등이 속한 금속노조의 조합원 수는 18만3천여명으로 민주노총 산업별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지난해 민주노총의 결정, 조합원이 입을 피해 등을 따라 정부의 회계공시 요구를 수용했던 금속노조가 올해는 회계공시 거부를 공식화 하면서 민주노총 입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회계 공시 전면 거부’ 안건이 올라왔지만, 팽팽한 찬반 대립으로 결론 짓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18일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 참여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