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때 뜬 유통 기업
62곳 중 24곳 자본잠식
마케팅 비용 쏟아붓는데
수익성 악화에 투자 급감
62곳 중 24곳 자본잠식
마케팅 비용 쏟아붓는데
수익성 악화에 투자 급감
2020년 설립된 건강기능식품 유통 스타트업 A사는 5년 만에 폐업 위기를 맞았다. 모바일 앱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A사는 엔데믹 이후 신규 투자가 뚝 끊기면서 현재 자본금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A사 대표는 "엔데믹 이후 수익이 안 나와 빚만 쌓여가고 있다"며 "한 달 이상 버티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한때 각광받던 온라인 유통 플랫폼도 한계에 직면한 모습이다. 상당수 기업이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플랫폼은 코로나 시기 언택트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천문학적인 초기 마케팅 비용이 들고 수익구조 한계로 매출이 꺾이면서 부채만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쿠팡·네이버쇼핑, 알리·테무와 같은 C커머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4일 매일경제가 더브이씨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창업한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은 90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2023년 재무제표 기준 자본금 확인이 가능한 62곳 중 40%에 육박하는 24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은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부채 리스크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것은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의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팁스(TIPS) 운영사 씨엔티테크의 전화성 대표는 "한때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요즘에는 플랫폼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유통 플랫폼은 이익을 낼 때까지 막대한 추가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면 투자 회수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0년 창업한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의 2023년 기준 총매출액은 4287억원이었지만 상위 5개 기업 매출이 절반을 차지했고, 연 매출액이 5억원에도 못 미치는 스타트업이 23곳이나 됐다.
[이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