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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서 사라진 일회용기 … 폐기물 40% 줄었다

심희진 기자
입력 : 
2024-08-27 16: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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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선도하는 삼성서울병원
상급병원 최초 다회용기 도입
폐기물 배출량 월 4톤씩 감소
친환경 위해 전자처방전 확대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다회용기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다회용기
최근 사회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병원업계에도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7월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일회용 폐기물을 줄임과 동시에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노출도 감소시켜 환경은 물론 조문객의 건강까지 살피겠다는 취지다. 삼성서울병원은 친환경(E) 병원·안전하고 건강한(S) 병원·공정한(G) 병원을 만들기 위해 일반 병실 내 의료 폐기물을 감축하고 전자 처방전 이용을 확산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이 ESG경영의 일환으로 장례식장에 주목한 건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3억7000만개로, 총 2300t 규모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회용품의 20%가 장례식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밥그릇과 국그릇, 크기별 접시, 수저, 컵, 식탁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지난해 6월 서울시는 일회용품 사용과 관련된 조례를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은 장례식장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일반 폐기물은 월평균 11t으로, 이 중 4t이 지하 2층 상가들에서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다회용기 도입으로 폐기물 배출량이 기존보다 약 4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은 장례식장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이 폐기물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 발생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일회용기의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은 다회용기 대비 최대 4.5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행동변화연구소도 일회용기가 다회용기보다 22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180회 이상 사용했을 때 기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상주와 조문객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까지 다회용기 사용을 시범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시범기간에는 서울시와 협조해 상조업체들에 다회용기 사용을 알리고 설명회를 연다. 조문객에게 제공된 다회용 그릇·수저·컵 등은 서울시가 엄선한 세척전문업체에서 수거해간다. 해당 업체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파로 세척과 소독 작업 등을 한 뒤 용기를 재포장해 다시 장례식장에 공급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연착륙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2021년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친환경 경영 방침을 수립하고 병원업계 ESG 활동을 선도하고 있다"며 "장례식장의 일회용기 사용을 당연시 여기는 고정관념을 깨고 친환경 장례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지하 2층(17~20호)에서만 의무적으로 이용 중인 다회용기가 6개월 뒤부터 지하 1층(1~15호)으로 확산하면 연간 배출되는 폐기물량도 131t에서 26t으로 80%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또 다른 ESG경영의 일환으로 원내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자약국정보관리시스템(e-PIMS)을 구축해 병동약국과 주사제 조제실에서 종이처방전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종이처방전은 일평균 1만여 장씩 출력되는 데다 보관 공간도 많이 차지해 약제부에서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병동약국의 정규 처방전을 전산화하고 실시간 약물정보 조회와 반납 약물 확인, 응급 처방 등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 덕분에 폐기량도 획기적으로 줄고 의료진과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삼성서울병원은 뒤처리가 까다로운 의료폐기물을 감축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국내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총 13곳이 있는데 모두 포화 상태라 쓰레기 처리 문제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의료폐기물 자체를 줄이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판단하에 원내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병동 내 침상별로 비치된 의료폐기물함 내용물이 대부분 일반폐기물이란 것을 알게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격리병실을 제외한 596개 병실에서 의료폐기물함을 일반폐기물함으로 교체하고 침상이 아닌 병실별 의료폐기물 전용함을 별도로 비치했다. 이후 병원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와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폐기물 분리배출과 혼입 방지에 대해 적극 안내했다. 그 덕에 올 들어 8개월간 배출된 의료폐기물은 전년 동기보다 134t가량 줄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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