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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흥행부진에 OTT마저 외면 … 韓영화 '이중고'

송경은 기자
입력 : 
2025-02-02 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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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산업이 OTT의 영화 제작 중단으로 심각한 위축을 겪고 있으며, OTT들은 오히려 드라마와 예능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한국 영화를 포함해 전체 영화 제작 편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한국의 토종 OTT들도 영화 제작을 중단한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이 영화를 극장보다는 OTT에서 소비하는 경향으로 인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영화 생태계 부흥을 위한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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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예능보다 인기 없어
OTT '오리지널 영화' 축소
넷플릭스 제작 편수 급감하고
웨이브·왓챠도 제작 중단해
짧고 직관적 이야기 선호하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 변화로
고사 위기에 몰린 한국영화
사진설명


최근 콘텐츠 소비행태 변화 등으로 영화산업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마저 영화 제작에서 사실상 손을 떼면서 한국 영화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과거 앞다퉈 오리지널 영화를 내놨던 OTT들은 이제 영화보다는 드라마, 예능 등 시리즈물 제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시리즈물은 일부 대작을 제외하면 영화보다 제작비가 적은 경우가 많고, 그러면서도 인기와 화제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극장까지 가지 못한 영화들이 OTT에서 활로를 찾는 듯했지만, 최근에는 이조차도 구문이 된 것이다. 젊은 세대가 갈수록 긴 호흡과 복잡한 서사의 영화보다는 짧고 직관적인 콘텐츠를 즐긴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매년 50편가량 됐던 글로벌 영화 제작 편수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은 팬데믹 초기 극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면서 빛을 봤지만, 이후에는 작품성이나 화제성, 흥행 등 전반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오징어 게임'이 미국 에미상을 휩쓰는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것과는 대비된다.

영화의 경우 제작부터 공개까지 통상 1~3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당장 공개되는 신작 수에는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올해도 넷플릭스는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 김병우 감독의 '대홍수' 등 7편의 한국영화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영화 제작 편수가 급감함에 따라 향후에는 공개 작품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넷플릭스 측은 "2023년 당시 향후 4년 동안 25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한국 콘텐츠 업계와 동반 성장을 위해 영화를 포함한 시리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현재까지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종 OTT들은 아예 오리지널 영화 제작을 중단한 상태다. 앞서 배우 주지훈 주연의 '젠틀맨' 등 오리지널 영화를 선보이며 영화 팬 모으기에 열을 올렸던 웨이브(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 2월 공개한 배우 조진웅·김희애 주연의 '데드맨'을 마지막으로 영화 제작을 접었다. 웨이브는 극장을 건너뛴 넷플릭스와 달리 극장에서 먼저 일정 기간 영화를 상영한 뒤 공개하는 전략을 썼지만, 극장에서나 OTT에서나 크게 흥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데드맨'에만 3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작품의 극장 관객은 23만명에 그쳤다.

왓챠(Watcha)도 마찬가지다. 첫 오리지널 영화이자 배우 이제훈, 박정민, 최희서, 손석구가 각각 감독을 맡은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인 '언프레임드'(2021)가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호평을 받았지만 '시맨틱 에러: 더 무비'(2022) 이후 영화 제작을 멈췄다. 영화계가 위축되면서 후속작에 대한 투자가 끊긴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왓챠의 영화 부문은 제작 대신 수입에 집중하면서 마니아층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올해 초 극장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 '페라리'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의 창업주 엔초 페라리의 전기를 그린 이 작품은 왓챠가 수입하고 CJ ENM이 배급을 맡았다. 왓챠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영화 제작을 접으면서 외국영화를 발굴하는 수입·배급팀을 강화했다"며 "직접 수입해오는 영화는 극장 상영 후 가장 먼저 왓챠에서 독점 선공개 기간을 갖는 식으로 OTT 사업과 연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 역시 이미 3년 전부터 오리지널 영화는 제작하지 않고 있다. 초창기 '서복'(2021) 등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공개하면서 콘텐츠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현재는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티빙 관계자는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드라마, 예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숏폼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서비스 형태가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빙 오리지널 영화가 같은 CJ그룹 내 극장 CGV와 이해관계가 상충했을 것이라는 업계 시각도 있다. CJ ENM은 올해 배우 이병헌·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등 3편의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다만 신작 편수는 예년보다 줄었다.

OTT들이 영화 제작에 등을 돌리게 된 데는 최근 영화가 극장 개봉 후 빠르게 OTT로 넘어온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OTT가 굳이 비용을 들여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신작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도 배우 전도연 주연 영화 '리볼버'가 극장 개봉 후 한 달 만에 OTT 쿠팡플레이로 직행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영화를 제작한 적 없는 쿠팡플레이는 극장 개봉 신작들의 독점 스트리밍에 주로 투자해왔다.

'영화를 꼭 극장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제작하던 감독, 스태프들이 OTT 시리즈물 연출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드라마, 미디어아트 등으로 업을 바꾸거나 아예 문을 닫는 영화사도 늘고 있다. 이에 영화계 안팎에서는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진 한국영화 생태계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제작 편수 축소는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드라마 시리즈도 치열한 경쟁 속에 일부 OTT 흥행작들이 배우들 몸값을 크게 높여놓으면서 1년에 만들 수 있는 콘텐츠 수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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