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사는 ‘워킹맘’ 이모(37)씨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기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 가사 노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집에서 살림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청소와 설거지, 육아 등 집안일은 계속 쌓이고 업무까지 지장을 받는 상황이 되자 집안일을 모두 전문 업체에 맡긴 것이다. 쌓이는 세탁물은 현관문 앞 전용 수거함에 놔두면 이튿날 아침 세탁과 다림질까지 해서 갖다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매주 두 차례 방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화장실 청소까지 해주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정기 구독하고 있다. 이씨는 “요즘 모바일 앱 기반의 홈서비스는 원하는 방문 시간과 필요한 집안일도 개인 사정에 맞춰 쉽게 정할 수 있다”며 “한 달에 30만~40만원만 쓰면 집을 호텔처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세탁 같은 가사 노동을 지원하는 홈서비스 스타트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씨가 애용하는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의식주컴퍼니는 누적 세탁 건수가 900만건이 넘어서는 등 작년에만 5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 2020년만 해도 매출 규모가 70억원에 그쳤지만, 매년 약 2배씩 성장했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작년 11월 부산에 이어 이달 대구·대전·울산 등으로 서비스 지역 확대를 준비 중”이라며 “세탁 공장을 증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로 아직 영업 적자를 보고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연내 흑자 전환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했다.
◇생활 서비스 앱 전성시대
각종 홈서비스 앱을 이용하는 사람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앱 시장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미소·청소연구소·대리주부·런드리고·세탁특공대·오늘의분리수거·해주세요 등 주요 홈서비스 앱을 설치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작년 4월 기준 350만명에 달한다.
지난 2020년 4월 규모(120만명)와 비교하면 3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과거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도시 중산층과 1인 가구가 애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앱 기반의 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 ‘미소’의 경우 작년 4분기 90만명이 이용하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 성장했다. 미소 관계자는 “배달 앱 플랫폼이 배달 시장을 키운 것처럼 홈서비스 플랫폼이 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2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성장이 안정되면서 오는 2026년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가사도우미 중개 앱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생활연구소 역시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 서비스 가입자 수만 150만명, 등록 가사도우미는 14만명에 이른다. 생활연구소 관계자는 “전체 서비스 이용자의 20% 정도는 1인 가구”라고 했다.
◇‘가성비’보단 ‘시성비’ 중시하는 워킹맘
생활 서비스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가 꼽힌다. 주요 생활 서비스의 핵심 고객층은 대부분 30~40대 여성이다. 런드리고의 경우 여성 고객이 70%, 30~40대 비율은 75%에 달한다. 작년 기혼 여성 고용률이 사상 처음 60%대에 진입하는 등 일하는 엄마가 늘면서 집안일을 별도 서비스에 맡기는 사례도 증가한 것이다. 의식주컴퍼니 관계자는 “일하는 여성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시성비(가격 대신 시간 중시)’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세탁·건조·정리에만 주 평균 5시간이 필요한데, 돈을 지불하고 이 시간을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각종 서비스가 신뢰도를 높이고,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점 역시 홈서비스 활성화의 배경이다. 인력사무소에 전화를 거는 대신, 모바일 앱으로 예약·결제를 하고 일정도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보니 서비스 이용에 걸리는 시간이 분(分) 단위로 단축됐고, 서비스 이용 방식도 세분화됐다. 미소 관계자는 “과거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때는 최소 고용 시간이 4시간이고, 연회비나 가입비를 내야 하는 등 불합리한 시장 관행이 많았다”며 “집 평수가 작은 1인 가구를 위한 3만원대 2시간 서비스처럼 고객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