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사 건물./뉴스1

부당대출과 각종 금융사고가 불거진 우리은행이 올해 우선 목표로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지난달부터 지점장이 직접 금고관리에 참여하고 익명 신고시스템까지 도입한 데 이어 내부통제전문역이라는 직책을 신설해 수시감사에 나설 예정이다.

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통제전문역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해당 직무를 담당할 인력은 은행 영업점의 업무 프로세스에 정통한 지점장급 연차의 직원으로 선별했다. 내부통제전문역은 본점 영업조직의 실질적 내부통제 활동을 전담한다. 영업점에서 자체적으로 수행되던 정기감사를 내부통제전문역이 제3자로서 수행함으로써 감사의 실효성과 전문성이 제고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영업현장에서 매월 실시하는 정기감사를 수행하고 내부통제지점장과 함께 수시점검을 실시한다. 관할 영업점 내부통제담당자를 대상으로 연수도 진행한다. 또한 영업본부별 특성에 기반한 점검 항목을 선정 및 점검하고 내부통제 관련 이상징후가 포착된 직원을 면담하고 교육하는 업무도 맡게 된다. 우리은행은 매월 전문역들의 준법감시활동 계획서 및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6월과 8월,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3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금융사고가 이어지며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업무추진비도 최근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쓴 것으로 파악되면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2022년 우리은행 본점에서 700억원대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특히 8월에 벌어진 금융사고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고를 금융 당국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공시해 논란이 컸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은 올해 내부통제를 기치로 내걸었다. 우선 지난달 31일부터 영업현장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지점장이 직접 금고관리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점장이 매월 첫 영업일에 금고를 열고 마지막 영업일에 금고를 닫는 데 참여하면서 직접 ▲금고 개·폐문 ▲금고 잠금장치 이상 유무 확인 ▲금고 내부 관리 상태 등 금고 업무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내부통제 전문업체인 레드휘슬이 제공하는 익명신고 시스템 ‘헬프라인’도 도입했다. 은행 직원이 해당 채널을 이용하면 아이피(IP) 추적이나 신원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내부 비위 등을 검사본부 소속 담당자에게 전할 수 있다. 검사본부 또한 이 채널을 통해 익명의 신고자에게 처리 결과를 통지할 수 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올해 초 취임사를 통해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도 가장 먼저 ‘신뢰’를 언급한 정 행장은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가 되어야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며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